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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2.07 [34] 동남아 크루즈 야헹 후기

이번 크루즈 여행은 1년 전쯤 바다투어(https://www.badatour.net/)에서 여행객을 모집했었다. 그때 참가하려고 검토했었지만 여행 기간에 일이 생겨서 그만 참가를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약 2달 전에 시간이 될 것 같아 연락을 해보니 다행히 자리가 있어서 예약을 하고 이번 여행에 참가할 수 있었다. 크루즈 여행 팁 중에 한 가지를 알려 드린다면 좀 일찍 예약을 하실 경우에는 간혹 객실 업그레이드해주는 경우가 있으니까 이왕 여행을 계획하셨다면 미리 사전에 예약을 하시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답니다.

그렇게 어렵사리 출발한 여행이라 더 각별했는지 모르겠다. 인천 공항에서 일행들이 집합해서 보니 8명에 가이드 1명 등 총 9명이 일행이었다. 인원은 많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서울은 한 겨울이라 두툼한 외투를 걸치고 갔는데 우리가 가려는 곳은 기온이 서울의 한 여름이라니 들고 갈 수도 없고 외투만 맡겨두는 곳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일행 중에는 연세가 가장 높으신 분이 80세이시고 부인은 78세였다. 전체적으로 65세 이상이고 부부팀 3팀에 여자분끼리 친구인 1팀이었다. 80세이신 분은 그 연세에도 열심히 일정을 소화하려고 애를 쓰셨지만 전립선에도 문제가 있다면서 방콕 터미널에서 시내까지 이동할 때 교통체증으로 차 안에서 근 3시간을 있을 때 매우 고생하셨고 그로 인해서 방콕 시내 관광 일부 코스에서는 그늘에 앉아서 기다리시는 일이 있었다. 그분은 좀 성격이 급하신 듯했는데 나중에 싱가포르에 재 입국할 때 검사장에서 점퍼를 벗으라고 했더니 마침 가이드가 뒤에서 들으니까 '에이 아예 발가벗으라고 해라!'하시면서 큰 소리를 내시 더라는데 다행히 그대로 소란 없이 넘어가서 한숨 놓았다는 말을 해서 우리끼리 한바탕 웃고 말았다.

일행이 많지 않으니까 서로 의견 충돌 없이 가이드의 안내에 조용히 따라다녀 큰 문제 없어서 다행이었다. 간혹 패키지여행을 다니다 보면 이견을 보이면서 서로 양보하지 않을 때의 곤란한 경우와 자꾸 독자적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어서 일정에 지연을 초래하는 경우 등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런 일 없이 조용히 진행되어 즐거웠다.

이번 크루즈 여행 중에는 전일 항해가 2~3일이나 되었기 때문에 선상 이벤트에 열심히 참가함으로써 좀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대개 저녁 식사가 끝나면 메인 쇼가 진행되는데 첫날 아이스 링크 쇼는 관람석이 비좁아 일찍부터 줄을 서 있어야 입장이 가능한데 크루즈 여행이 처음인 분들은 가이드가 안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설마 하는 마음에 시작 시간 전에 오는 바람에 입장을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다행히 다음 다음날 재 공연이 있어서 관람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한 번은 저녁 식사 후 나는 별도로 선상 갑판에서 바람도 쐬고 휴식을 취하는 사이 집사람은 일행 중 여자분들끼리 담화를 즐기다가 곧바로 그날의 메인 쇼를 관람하러 갔다는데 그 쇼는 퀸의 히트곡으로 'Rock Rhapsody' 시간이었단다. 요즘 상영 중인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나오는 노래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자랑을 하기에 '당신은 나랑 같이 보는 쇼는 재미없다고 하고 당신 혼자 보는 쇼는 재미있다고 하니 할 수 없네 이제부터는 혼자서 보슈'하고 삐져서 말을 했더니 '당신하고 같이 본 것이야 같이 보았으니 말할 것이 없지만 혼자 본 것은 내가 설명해 주는 것인데 뭐 그렇게 뾰로통해 하시나' 하고 반격을 하는 바람에 할 말을 잃었다. 매번 집사람한테 도전(?) 해봐야 본전도 못 찾는 줄 알면서도 간혹 어깃줄을 놓다가 반격만 당한다. 한 번은 쇼핑을 하면서 이것저것 사기에 '아니 무슨 물건을 그렇게 사대 시나?' 했더니 '아니 그럼 애들이 여행 간다고 용돈을 쥐여주었으니 뭐 조그마한 것이라도 선물을 해 줘야지 그냥 간단 말입니까?' 한다. '에이 괜히 가만히 나 있을 것을..' 속으로 중얼거리고 말았다.

크루즈 여행에서 항시 느끼는 것이지만 승무원들의 서비스 수준은 가히 톱클래스라고 할 만하다. 집사람하고 둘이서 하는 말이 있다. 보통 선실 청소가 하루에 두 번 정도 이루어지는데 우리가 식사를 하러 나가든가 혹은 잠시 나가서 배 안을 구경하러 다니든가 하러 나오면 마치 이 사람들이 어디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기나 한 듯 어느 틈엔가 와서 청소, 정리를 해 놓는다. 어떤 때는 잠시 나갔다 왔는데 그 사이에 정리가 되어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마치 감시를 하고 있다가 우리가 나오면 바로 청소를 하는 것 같았다. 물론 청소나 정리 정돈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문에다 표시를 걸어 놓으면 되지만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놔두었다.

크루즈 여행은 휴식이고 휴양을 위한 여행이다. 기항지 관광은 크루즈 여행의 양념(?)으로서 선상의 생활에 활력을 주기 위한 것으로서 크루즈 여행의 주된 목적은 아니다. 이번 여행에서 방콕과 싱가포르 기항지 관광은 잠깐의 즐거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방콕처럼 교통 체증에 이동하는 동안 차 속에서 시달리는 경우에는 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기항지 관광은 하선 선착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정도로 한정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개인 여행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여행사에서 일괄적으로 일정을 짜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겠지만 고려해 봐야 할 사항이다.

이번 여행에서 깨달은 바가 한가지 있었다. 백수가 된 후 아이폰 사용이 그저 사진이나 찍고 에버노트에 자료들을 모아놓고 열어보는 수준으로 사용하다 보니 굳이 데이터 로밍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해서 그냥 갔는데 다른 무엇보다도 지도를 본다거나 궁금한 사항이 있을 때 특히 영어 단어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사전을 찾아보는 등 휴대폰이 꺼져 있으니까 아주 불편했다. 가이드 말에 따르면 크루즈는 여러 나라를 다니기 때문에 데이터 로밍을 패키지로 하는 것 중에 저렴한 것으로 하면 비용도 많이 들지 않으면서 여행 중 편리하다는 말을 듣고 다음 여행부터는 필히 데이터 로밍을 해가지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여행을 끝내고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서 귀국하고 나니 피곤이 몰려온다. 여행의 뒤끝은 언제나 피곤을 동반한다. 그러나 그 피곤은 즐거운 피곤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지만 여행이 끝나고 나면 또다시 설렘이 찾아온다. 입국장을 지나 집으로 가기 전 잠심 커피 한 잔을 즐기다 보니 자연 눈길이 출국장으로 향한다. 그렇다. 이제는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고 생각하고 마련하는 일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또 다른 설렘의 시작이 아닐까?

즐거운 여행. 아무 탈 없이 돌아온 크루즈 여행에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해야겠다. 어차피 삶은 여행 그 자체이니까 말이다.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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