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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2.09 [36] 허황된 이야기
  2. 2019.01.23 [23] 몽마르뜨 공원

[36] 허황된 이야기

2019. 2. 9. 00:24 | Posted by 랑세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다. 개중에는 듣다가 지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슬그머니 일어나서 나왔다가 뜸을 들인 다음에 들어가면 지루한 이야기는 지나갔거나 거의 끝물이거나 그렇다. 그러면 좀 덜 지치기도 하고 말하는 사람 기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피할 수가 있다. 그런대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좀 듣다 보니 너무 허황한 이야기 같아서 막 지치려는 찰나에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전개가 되기에 끝까지 듣게 되어 여기에 옮겨 보려고 한다. 그가 이야기한 것을 그냥 기억나는 대로 옮겨보려고 하지만 조금 각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기억력에 한계라고 이해해 주면 좋겠다.

"내가 사는 곳은 서울의 구 도심권이라기보다는 강남 쪽으로서 요즘에야 중심지라고 할 수도 있는 곳이다. 집 앞에는 주차장이 있어서 남한 어느 지역이든지 갈 수 있도록 차가 준비되어 있다. 호남선과 경부선 영동선 등 고속버스가 즐비하게 기다리고 있어서 언제든지 탈 수가 있다. 그뿐인가. 서울부터 인근 수도권 어디든지 갈 수 있도록 차량 한 대당 수억 원씩 하는 지하철이 3개 노선이나 지나가고 있다. 나는 언제든지 그 넓은 주차장과 승차장을 내 맘대로 이용할 수 있다. 물론 한 밤중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의무실이 있다. 대형 대학병원이 내 의무실이다. 거기는 만약 내가 아프면 뛰어서 갈 정도의 거리에 있으니 긴급 시 걱정이 없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내 수위실이다. 대 검찰청이 뒤쪽에서 내 집을 경호하고 있으며 그 옆에서는 대법원이 내 가정을 지켜주고 있다. 그리고 내 서재로서 대형 도서관이 있다. 그 서재에는 언제나 내가 필요한 책을 필요한 때에 꺼내 볼 수 있다. 그뿐인가. 내 집 뒤쪽에는 큰 정원이 있다. 그 정원은 크기가 미국의 센트럴 파크만큼은 아니지만 내가 한번 끝까지 왕복을 하려면 적어도 한 시간 반 정도 이상이 걸린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우거지고 산새들도 지저귀고 산토끼가 뛰어노는 곳이다. 멀리 산을 찾아서 가지 않아도 운동 삼아 산책 삼아 나는 이 정원을 거닌다."

여기까지 듣다가 막 일어서려는 순간 들리는 말이 나를 다시 자리에 앉게 했다. 그냥 자기 자랑이려니 했더니 꼭 그렇지마는 아닌 듯해서이다.

"이렇게 좋은 곳이니 더 이상 나무랄 데가 없겠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렇게들 생각하나요? 정말 편하고 안전하고 쾌락하니 무엇을 더 바라겠어요? 그런대 그렇지가 않아요. 무언가가 허전합니다. 무엇인가가 없어요. 그게 뭐겠어요. 꾸미지 않은 자연이 없어요. 조용히 흐르는 냇가, 무어라고 말이 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랜 세월을 견딘 느티나무 같은 마음을 보듬어 주는 위안거리가 없어요. 떠다니는 구름은 같은 하늘을 노닐지만 구름이 보내주는 정감 어린 그늘이 없어요. 전원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요!"

결국엔 쓸쓸한 얼굴 모습이다. 처음엔 자랑인 듯하더니 그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더 듣다 보니 원래 서울 태생이라 마땅히 갈 고향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아니 서울에서만 산 사람이 전원생활이 그립다고요? 에이 그냥 그리워하시고 마시구려. 아예 시골로 가서 살 생각일랑 마시구려."

했더니 이 사람 화를 벌컥 내면서 왜 그러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시골에서 살다가 서울로 올라왔는데 시골에서의 전원생활을 꿈꾸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내려간 지 10년 만에 다시 올라왔쑤다. 전원생활이란 거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랍니다. 우선 가려고 하는 곳에 연고가 있던가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시골이라고 해서 예전과 달리 텃세라는 것이 있어요. 그걸 헤쳐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둘째 힘이 있어야 해요. 혼자서 텃밭이라도 가꿀 힘이 있어야 해요. 셋째 자신이 있는 취미 생활이 있어야 해요. 남들은 열심히 농사짓고 이런저런 일을 하는데 혼자 빈둥빈둥 놀 수는 없지요. 그러니 취미든 혹은 특기든 뭐라도 있어야 시간도 보내고 혹은 동네 사람들과 어울릴 수도 있지요. 이런 준비가 없이 무작정 전원생활하겠다고 갔다가는 나처럼 서울로 다시 돌아와야 할걸요? 서울로 다시 올려고 해도 쉽지 않았어요. 우선 시골집 처분이 마음대로 안되고 또 막상 처분이 된다 해도 그 돈으로 전에 살던 집만큼은 살 수도 없단 말입니다. 겨우겨우 마련해서 서울로 오긴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막급입니다."

나는 몇 마디 더할까 하다가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 사람은 그냥 하늘만 쳐다보면서 무언가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듯했지만 나도 더 이상 그 사람의 꿈을 깨뜨리기 싫어서 그냥 일어고 말았다.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을는지 몰라도 그때는 그 사람의 생각이 변함이 없는지 어떨는지는 좀 궁금은 했지만 더 이상 마음에 담아 두지는 않았다.


[23] 몽마르뜨 공원

2019. 1. 23. 16:17 | Posted by 랑세

아파트 단지는 뒷산과 인접되어 있습니다. 뒷산은 야트막한 야산입니다. 서울 중심에 이런 야산이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이 야산은 길게 뻗어 있어서 끝까지 갔다가 오면 거의 한 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아침나절에 운동 삼아 걷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길은 잡목이 우거져서 어떤 곳을 지날 때는 깊은 산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고요와 침묵이 어려 있습니다.


이 야산에는 몽마르뜨 공원이 있습니다. 이 공원은 인근에 서래 마을이라는 곳에 프랑스 사람들이 많이 거주해서 붙혀진 이름으로 곳곳에는 프랑스 화가들을 그려 넣은 포토존이라는 곳도 있고 불어 시구들을 군데군데 입간판에 붙어 있기도 합니다.


그런 곳이지만 나도 처음에는 잘 몰랐습니다. 몇 년 전 이 근처를 지나가는데 어떤 아가씨가 “몽마르뜨 공원이 어디예요?"하고 묻는데 나는 그때 그런 공원이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어? 그런 공원이 있어요?” 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몽마르뜨 언덕이라면 몰라도 몽마르뜨 공원이라니.... 하면서 지나친 적이 있었는데 바로 옆을 지나면서도 몰랐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미국 뉴욕에 일이 있어서 간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유명한 관광지들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맨해튼에 있는 센트럴 파크입니다. 그곳을 몇 번 갔었는데 한참을 걷다가 주저앉아 쉬면서 둘러보니 넓기가 가늠이 안될 정도였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도시에서 그것도 번화가에 인접해서 이런 공원을 갖고 있는 그 사람들이 부러웠습니다.


또 하나 런던의 하이드 파크는 크기에 있어서 나 공원 안의 시설물들과 나무, 꽃 벤치 하나하나까지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공원 한구석 벤치에 앉아서 무릎에 뜨개질 바구니를 놓고 한가로이 뜨개질하는 노 부인의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 같았습니다. 런던에는 그 밖에도 많은 공원들이 도시 곳곳에 있어서 언제나 접근이 용이했습니다.


서울에 그런 대 도시의 공원처럼 시설이나 규모나 관리가 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녹지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됩니다.


그런대 이런 도시공원들이 ‘도시공원 일몰제’라는 제도가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 조성을 하지 않았을 경우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제도라고 합니다.


그것이 1999년 10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었다니 판결 후 20년이 되는 2020년이 되면 이 일몰 제도가 시행이 된다고 합니다. 다행히 서울시에서는 도시공원 가운데 사유지 전체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합니다. 제발 도시공원의 사유지를 보상에 만전을 기해서 토지 소유주들도 재산상 손실을 보지 않게 해주고 시민들을 위해서는 편안하고 안락한 녹지 공원을 제공함으로써 도시 공간을 녹색 공간으로 유지 되도록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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