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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21 제주 올레길 7코스

제주 올레길 7코스

2009. 11. 21. 10:49 | Posted by 랑세

어느 날 갑자기 부부 3팀이 의기투합해서
출발하게 된 제주 올레길 탐방.
여자들이 모이게 되면 요즘은 너도나도 올레길 타령(?)

웬만큼 시달렸기에 이제는 꼭 가 보아야겠다는 신념(?)이라도 생겼는가?
어찌했든 부리나케 결정을 하고 바지런스럽게 준비해서

부부3 6명이 제주도 올레길 장도에 올랐다.


<
첫째 날, 도착>
제주도 도착 해서는 비와 바람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지만

모처럼의 여행에 들뜬 마음을 끌어내리지는 못했다.
이번 여행은 안식구들이 주도해서 계획한 일이라

우리 남자 셋은 그냥 시키는 대로 아무 말없이 따라 주기로 했다.
인원이 6명이다 보니 무엇보다 문제는 교통편이었다
.
웬만한 거리면 택시를 타고 이동해도 되련만

6
명이라 택시 한대로 안되니까 어렵다.
할 수 없이 리무진으로 서귀포로 이동하기로 했다
.
우선 시간이 좀 넉넉하니 중섭 미술관을 들르기로 했는데

리무진 버스에서 내려 미술관까지 가는 길을 몰라
택시 2대를 불러 타고 갔더니 그야말로 엎드리면 코 닿을 거리인데....저런 ㅉ ㅉ ㅉ



이중섭 미술관에서 내려다 본 서귀포 앞 바다


이중섭 미술관 내부 "소" 앞에서 왼쪽부터 미스김,미소김,미스고


다들 부인네들이 할머니 소리를 들어야 하는 연세들이지만
여인들의 속성상 할머니 소리는 질색할 것이므로
편의상 내가 붙인 이름이 두 김여사를 한 분은 김여사라 미스 김, 한 분은 잘 웃어서 미소 김, 한 분은 고여사라 미스 고로 하기로 했다.
이중섭의 고독과 그리움, 부인 남덕 여사와 아이들에 대한 절절한 사랑의

글들, 은박지에 그린 그림들을 감상하고 남다른 서귀포에 대한 애정을 느껴보기 위한
옥상에서 바라보는 서귀포시를 내려다 보고 나왔다.
그리고 이중섭 문화의 거리에 있는 "미루나무 카페"를 들렀다
.
이곳은 이 생진 시인의 시詩를 한편 옮겨봐야겠다.

[미루나무 카페]

내가 서귀포 밤거리를 걷다가
숙소로 돌아오는 언덕길에서 멈추게 되는 것은
이중섭 거리에 있는 미루나무 카페 때문이다
소꿉장난처럼 사는 젊은이가
밤늦도록 소꿉장난처럼 장사를 하는 것이
힘들어 보이진 않지만 본인은 너무 힘들어
일요일엔 아예 문을 닫고 누워버린다
그의 감각 주변엔
책이 있고
음악이 있고
그림이 있고
시가 있다
그래서 그런 류의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나는 이 카페에 가면 밀실처럼 꾸며놓은 ‘중섭방’을 차지한다
이중섭이 살았던 좁은 방에 등을 문지르는 것 같아 좋다
오른쪽 흰 벽에는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 좋고
왼쪽 벽엔 은박지 그림이 걸려 있어
백석과 중섭이 고향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듣기 좋다
그리고 정면에는 중섭이 웃는 얼굴이 행복하고
방 한가운덴
수백 년 묵은 팽나무 다탁(茶卓)이 소처럼 누워 있어
이중섭의 허리에 내 허리가 닿는 것 같아 따뜻하다
좁은 유리창밖에는 송악덩굴이 밤하늘을 감고 별을 찾아간다
낮은 천장에는 습기가 들어 곰팡이가 번지는데
태연한 행복이 중섭의 행복 같아서 좋다
게 잡으러 간 중섭이 금방 돌아올 것 같은 공간
나는 여기서 조금씩 카페 주인과 가까워졌다 (2009.2)

미루나무 카페

자그마한 공간에 주인의 음악적 풍취가 베어 있는 곳.
포근했다.
따뜻한 차 한잔과 여인네들의 들뜬 수다를 뒤로하고 우선 숙소로 향하기로 했다.
이미 예약한 곳. 꼭 미소 김의 취향임을 느끼게 하는 자그마한 호텔이었다.
우리는 숙소에 여정을 풀고 서귀포의 밤거리와 재래 시장을 들러보고는
즐거운 저녁 식사 겸 만찬을 위해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질펀하고 끊임없이 나오는 회와 안주들을 곁들인 소주로 즐겁게 도착한 첫날을 마감했다.

<
둘째 날, 드디어 올레길을 걷다. >


올레길 7코스 약도

올레길 7코스는 외돌개->법환포구->강정항->월평포구 로 이어진다.
7코스는 외돌개(778.2m) -> 호근동 하수종말처리장(3.1Km) -> 수봉로(3.81Km) -> 법환포구(4.79Km) -> 월드컵 사거리(6.85Km) -> 서건도 바다 산책길(7.74Km)-> 수봉교 태우(8.68Km) -> 제주풍림리조트(8.88Km)-> 강정사거리(12.1Km) -> 강정포구(13.2Km) -> 안강정(14.2Km) -> 월평포구(15.1Km,종점) 전체 거리가 약 15.1Km 정도이다.


7코스 시작점에서 본 문섬, 문섬은 7코스 내내 계속 보인다.

문섬과 등대가 보이는 풍경

7코스 시작하면서 미소김,미스고,미스김

우리는 발걸음도 가볍게 올레길 걷기를 시작했다.
여인들은 여인들끼리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지 끊임없이 하하 호호 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걸었다.
사실 거의 전구간을 여인들이 앞장서서 걸으므로 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끊임없이 바다 바다 바다

중간 중간 사진도 찍고

길옆의 꽃들도 구경하고


바다 바다 바다.
어느 미스 한 분이 말씀하시길 평생 보아야 할 바다를

오늘 하루 다 본다는 말에 웃어가면서

걷고 걷고 또 걷고....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대중가요도 흥얼거리면서.
왼쪽으로 외돌개도 보면서


외돌개와 밤섬

외돌개


이곳에는 대장금 촬영 장소가 있어서 한 컷씩
한 분은 끝내 초상권(?) 문제로 촬영을 거부해서 두 분만 올려요....


고(?)장금

김(?)장금


이제 슬슬 시장 끼도 돌고
지쳐가는 발걸음을 잠시 쉬기도 할 겸 법환 포구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식당은 여러 곳이 있지만

우리는 사전에 싸고 맛있다는 곳을 사전 입수된 정보에 따라
사실은 그것도 여인네들이 결정한 것이지만.
드디어 점심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흑 돼지가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

훅 돼지 김치찌개로 해결했다
.
그리고 다시 걷고 걷고 옆으로는 계속 바다 바다 바다
.
아 바다의 내음은 우리의 마음을 넓은 아량으로 가득 차게 해 줄 수 없을까
?
다시 세속의 물결에 휩쓸릴지라도 파란 바다의 마음으로 남겨질 수 없을까?


제주도의 이색적인 풍경들

점심 식사 후
또 다시 걷기 시작한 올레길.
바다를 걷다 보니 이 생진 시인의 다른 싯귀 하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떠나던 날
구름은 수채화처럼 가볍고
나는 해변에 조가비처럼 남아 있고 싶었다
물 밀려올 적마다
발밑까지 따라와
밟히고 싶어하던 치맛자락
정든 여자만큼이나 떼어놓기 어려워
나도 빙빙 바닷가만 돌았다
-「떠나던 날」전문 -

올레길에서 만나는 풍경들

제주 감귤 밭

제주 마을의 돌담

올레길 약도를 길위에 그림 그려놓은 곳을 동네 강아지가 한가롭게 감상(?)하고 있다.

올레길 약도를 길위에 그림

이제 올레길 7코스 여정이 월평 포구에서 마무리.
그래도 그 끝을 증명하자면서 찍은 사진들이

우리의 여행을 추억의 한 자리로 매김 하지 않을까 한다.

올레길 7코스와 8코스의 갈림길

올레길 7코스와 8코스의 갈림길 남정네들


항시 끝은 또 하나의 시작이라고 했던가?
내일은 8코스를 완주는 못해도
조금은 맛보기로 하고 7코스 15.1 Km를 약 8시간 동안 걷는 것으로 오늘은 여기까지이다.

7,8코스의 교차점

그리고 드디어 일몰도 찾아오고...


<셋째 날, 마지막 날>
아침을 대평 포구의 용왕난드르란 동네 분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에서 보말(바다고동)국으로 해장 겸 맛있게 한 그릇씩 처리하고
이왕이면 8코스, 9코스를 전부 밟아 보았다는 생각을 위해
대평 포구에서 8코스 9코스 교차점을 밟아 보았다.
뭐 별로 그립지는 않지만 그래도 돌아 가야 하는 숙명을 생각해서

예약한 비행기 시간에 덜미를 잡혀

8
코스를 약 3/1만 걷기로 하고
우선 물고기란 카페에서 차 한잔을 했다.


물고기 카페의 마당

물고기 카페에서 바라보는 바다

대평 포구를 뒤로하고
8
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
어제 피로가 아직 가시지 않은 채

발걸음이 좀 무겁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쾌한 바다 바람 함께 하는 8코스는 즐거웠다.
해병대들이 절벽 밑으로 돌들을 주워 만들 해병대길 등 좀 군데 군데 어려운 코스도 있어

더욱 재미있는 코스였다.

대평포구


8코스 올레길


드디어 8코스를 맛보기 정도로 하기로 한
하얏트 호텔에 도착했다.
밑으로는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져 있고
깔끔하게 정리된 정원을 보면서
다시 속세로 돌아왔다는 실감이 다가왔다.

하얏트 호텔

이제 이번 여정을 마무리 하면서
그동안 계획하고 정보 수집하고
예매하고 예약하는 등 수고한 우리의 여인네들에게 박수와 감사를 보내면서
마지막 장면을 한 컷으로 마무리 한다.
오! 올레길, 오! 올레길
언젠가 다른 코스들도 접수하기 위해 다시 찾으리라.
그때까지 잠시 안녕 올레길이여.

이번 여정의 마지막을 기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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