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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1.25 [25] 도서관 이야기

[25] 도서관 이야기

2019. 1. 25. 19:00 | Posted by 랑세

국립 중앙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한 지도 5년째 되고 있다. 10여 년을 잠시 서울 근교 지방에서 살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와 딱히 할 일도 없고 마땅히 나갈만한 곳도 없어 집에서 삼식이(?) 노릇을 하는 것은 내 성격상 맞지 않고 해서 생각해 낸 것이 도서관이나 나갈까 하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5년이나 되었다.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할 이야기가 많다. 우선 초등학교 5학년 시절에 나는 도서관 반원에 가입했다. 담임 선생이 어느 날 도서 반원을 모집하는데 지원할 사람 손들라고 해서 나는 손을 번쩍 들고 앞으로 나갔다. 이상하게 다른 애들은 관심이 없는 것인지 왜 그런 것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들이었다. 나는 혼자 2층 계단실 옆 교실로 가서 도서반을 지도하는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할 일에 대해 말씀을 들었다. 그래 바야 책들을 서가에 정리하는 정도의 일이었다. 그때 그 많은 책들에 흥분했던 기억이 있다. 어린이용 도서는 당시에는 보기에 참 어려운 실정이었다. 집에서는 간혹 만화책 정도나 접할 수 있었고 어린이 문고나 백과사전류 같은 것은 일반 가정에서는 거의 볼 수 없을 때였으니까 말이다.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도서반에 가입하여 활동했다. 나는 책들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이 좋았다.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규모도 훨씬 크고 전담 사서 선생님도 있었다. 당시 기억에 남는 것 하나가 있다. 어느 땐가 방과 후 책 정리 등 일들이 끝나고 시간이 나서 이리저리 책들을 살펴보면서 읽을 책을 찾다가 제목에 끌려서 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 내용이 읽기 어려웠다.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한번 잡은 책을 집어던지기도 뭣하고 해서 끙끙거리고 있는데 상급생이 지나가다가 보고는 이 책은 아직 네 수준에는 안 맞아 그러니 다른 책을 보는 게 좋을 텐데? 한다. 그 소리에 얼른 제자리에 꽂아 놓았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방과 후에는 책 속에서 지내길 좋아했다.

이제 나이 들어 도서관엘 다니면서도 어린 시절의 도서 반원으로서 느꼈던 책들 속에서의 황홀경은 변함이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도서관이란 '저쪽' 세계로 통하는 문을 찾아내는 장소인 셈이다.

문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는 수수께끼가 있고, 공포가 있고, 기쁨이 있다.

은유의 통로가 있고, 상징의 창이 있고, 우의(寓意)의 은밀한 책장이 있다.

-잡문집 중에서

라고 하면서 소설을 통해 도서관이란 것이 더없이 소중한 의미를 가지는 장소라고 묘사하곤 했다 한다.

나도 또한 도서관에 들어서는 순간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이 내뿜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나를 향해서 쏟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그 '저쪽' 세계로 통하는 문들, 상상의 세계를 한 발자국씩 내딛는 기쁨을 만끽하는 생활에 감사할 뿐이다. 오늘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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