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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2.06 [29] 하루 종일 항해

[29] 하루 종일 항해

2019. 2. 6. 18:33 | Posted by 랑세

서울의 하늘에서 별을 못 보던 갈증을 오늘 저녁 크루즈 선상에서 마음껏 별을 보며 풀었다. 서울의 하늘과 크루즈에서 보는 하늘이 틀리단 말인가? 서울의 하늘은 별들을 어디다 감추고 있었을까?

정호승 시인은 낮에 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별들이 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시를 읊고 있다. 별들은 서울의 하늘이나 지금 이곳 하늘에서나 똑같이 떠 있다. 우리의 마음이 어둠으로 덮여 있어서 별들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 터이고 답답한 서울의 하늘에도 떠있는 별들을 보지 못하는 것은 인간들의 무지로 인해 괴로움을 참지 못하고 잠시 어딘가로 피신해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루 종일을 크루즈 선상에서 보낸다는 것은 지루하고 답답하지 않을까 하고 염려하곤 했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저런 공연에다 이곳저곳 아이쇼핑에다 끼니 때마다 펼쳐져 있는 진수성찬을 마음대로 먹으면서 다니다 보니 오히려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정도로 분주하게 다녔다. 그중 오늘은 저녁에 메인쇼가 있었는데 가수들과 댄서들이 노래와 춤으로 한 시간여를 공연하는데 노래는 주로 재즈와 팝송 그리고 인도계들이 많이 탔는지 마지막에는 인도풍의 노래를 불렀다. 팝송은 60년대와 7,80년대 노래가 주였고 댄스들의 춤들은 파리의 무랑루즈 스타일과 미국의 전형적인 스타일이었지만 무대 장식이나 특히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 현대적 감각의 화려한 무대였다. 어찌 보면 우리의 7,80년대의 쇼무대를 보는 듯한 댄서들의 춤사위가 옛 생각을 불러일으켰지만 무대 시설의 화려함은 그런 생각을 할 여유를 주지 않고 60여 분을 쉬지 않고 공연이 이어지는데 탄성과 박수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크루즈 여행은 자본주의의 극치를 보여 주는 듯하다. 우선 물량 면에서 모든 것이 풍부하다. 넘쳐나는 음식과 넒은 통로와 군데군데 산재해 있는 공연장들은 참으로 호화판이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보면 각양각색의 인종들이 섞여서 각국의 취향에 맞춰서 음식을 먹는데 우리네는 아직도 몸에 밴 절약 정신으로는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음식을 남기고들 있었다. '적당하게'라는 말이 이곳에서는 무의미한 말이 되고 만다. 워낙 종업원들이 많고 교육이 철두철미하게 이뤄져서 그런지 누군가 어질러 놓으면 즉시 치워놓는다. 아무 데나 커피잔이나 물컵을 마시다 놓으면 통로이건 통로 옆 테이블이나 심지어 공연장에 입장할 때 서비스로 주는 샴페인 잔을 마시고는 그냥 의자 밑에 두고들 나온다. 샴페인 잔을 들고 나오는 사람들은 우리 일행들뿐이었다. 나오면서 직원들에게 주었더니 함박웃음으로 받는다. 그만큼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이유라서 즐겁게 받아든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도무지 서비스를 하면서 언성을 높이거나 얼굴 표정을 찌푸리거나 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본적도 없을뿐더러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야말로 지상낙원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은 같이 못 온 집에 있는 사람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하면서 이런 즐거움을 같이 나누지 못함을 아쉬워했다.

오늘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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