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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31 神과 人間 : 왜 사는가 보다 어떻게 사는가에 대하여.

 

요즘 뭐 볼만한 영화 없어?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겨울 하늘은 차갑게 파랬다.

이제 설날도 지났고 낼 모레면 입춘이고 방에만 있기에는 이 시골구석이 슬슬 갑갑해지는 겨울의 막바지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영화제목 하나가 눈에 띈다.

神과 人間

이거 어떨까? 당연히 아내는 제목에서 풍기는 뉴앙스를 느끼고는 어 괜찮겠는데 좋아요

그래서 본 영화다.

 

 

알제리 산골 마을의 수도원, 그리고 평수사인 의사 뤽을 포함해서 7명의 프랑스인 수도사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수도원 하면 고풍스럽고 중세적인 분위기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 영화는 시대적으로 현대의 시대 상황이다.

1996년에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 한 것으로 어찌 보면 다큐멘터리를 보는가? 하는 정도로 사실적이다.

수도사들은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율법에 따라 한곳에 정착하여 기도와 독서, 자급자족을 위한 노동 등을 실천하며 이슬람을 믿는 마을 사람들과 평화롭게 산다.

영화가 시작되면서부터 장면 장면에 몰입하게 하는 수도사들의 경건한 걸음걸이, 기도하고 묵상하고 독서하는 자세 하나하나에서 그리고 때마다 울려 퍼지는 그레고리안 성가와 수도원의 분위기들.

 

 

그런 반복적 일상에 약간 지루함을 느낄 만 할 때 서서히 무장한 이슬람근본주의자들이 등장하면서 긴박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그런 와중에서도 사랑이 무어냐고 묻는 마을처녀의 질문에 다정하게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의사인 뤽의 모습이 참으로 평화스럽게 보인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알제리 정부군과의 정치적 소용돌이가 드디어는 수도사들에게 생명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수도원을 떠나라는 알제리 정부군의 통보와 이슬람근본주의자들의 수도원 침범으로 점점 위기는 고조되면서 절은 수도원장 크리스티앙은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고뇌하며 神을 향해 기도하며 응답을 갈구하면서 몸부림치지만 응답은 없고..

삶과 죽음(수도원에 남느냐 떠나느냐) 사이에서 수도사들의 고뇌와 번민이 그레고리안 성가와 함께 너무 리얼하게 다가왔다.

의사 뤽은 나이도 많고 평생 의사로서의 직분상 죽음의 길(남는 다는 것)을 선택하면서 나는 자유인이야.라 하고 다른 수도사들도 고뇌 끝에 남기로 결정 한 후 갖는 최후의 만찬과 같은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가 그렇게 상황에 잘 어울리는 곡일 줄은 미쳐 몰랐다.

 

 

아니 그 순간에 백조의 호수라니……”

? 감동적이지 않았어?

아니 그 곡은 왈츠 춤곡 아닌가? 그 순간에 춤곡은 좀 그렇지 않아?

내 무식이 탄로나는 순간이다. 아내는 한심하다는 듯 나를 쳐다본다.

왈츠는 4분의 3박자이고 이건 4분의 4박자이고 발레로 자주 무대에 올려지잖아.

! 이런 처참함이란. 하지만 그냥 넘어갈 순 없잖아 까칠하게 덤벼본다.

그래? 박자를 잘 아는군. 그럼 어떤 음악을 듣고 4분의 3박자와 8분의 6박자, 그리고 4분의 2박자와 4분의 4박자인지를 구분할 수도 있겠네.

아내는 한심하다는 듯 외면한 채 이제 막 어두워져 가는 겨울의 초저녁 서울의 거리로 눈길을 돌린다.

숭고하고 장엄하고 감동적인 영화를 본 후 공연히 분위기를 흐릴 필요는 없겠지……

왜 사는가 보다 어떻게 사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우리는 말없이 모처럼의 서울나들이 겸 영화감상 뒤풀이를 위해 그리고 신이 창조하신 이 세상에서 한 인간으로서의 자각을 위하자는 나의 거창한 제의에 대해 속셈을 빤히 다 안 다하는 표정이면서도 아내는 말없이 광장 시장 안의 빈대떡과 막걸리 한잔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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