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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1.19 [19信] 아이들 돌봐주기
  2. 2019.01.07 [7信] 손주 아이들을 보며

[19信] 아이들 돌봐주기

2019. 1. 19. 21:32 | Posted by 랑세

지난 2주 동안 친손주 외손주 뒷바라지하느라고 차로 열심히 실어 날랐습니다. 겨울 방학 동안 문화원에서 어린이를 위한 특강에 참여하기 위해 외손주는 부산에서 올라왔습니다. 친손주는 몇 년 전부터 돌봐주기 위해서 아파트를 같은 동으로 우리가 이사를 왔기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올라오고 내려가고 하면 되지만 외손주는 2주 동안을 같이 지내야 했습니다. 딸이 결혼하고 2주일씩 지내기는 처음이었지요.

집안이 시끌벅적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1학년 두 사내아이들은 만나기만 하면 뛰는데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집사람은 음식을 장만해서 먹이기까지 하느라고 이리저리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겠지요. 옆에서 보기에 안쓰러웠지만 그래도 입가엔 웃음이 끊이지 않아서 다행이었지요.

그런대 이제 2주가 훌쩍 지나가고 끝났습니다. 홀가분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적적하기도 하군요. 갑자기 집안이 절간이 된 것처럼 조용합니다.

특강이 끝나고 외손주는 이제 부산으로 다시 가야 합니다. 그동안 외손주와 딸이 집에 와있으므로 해서 고생하게 해서 죄송하고 고맙다고 딸네 시댁에서 점심을 같이 하자고 하시더군요. 뭔 고생이냐고 당연한 일인데 일부러 그러실 필요는 없다고 해도 한사코 올라오시겠다고 하시더군요. 사돈 네는 서울 근교에 살고 있어서 아무래도 먼 걸음 하시는 건데도 굳이 오시겠다고 해서 같이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요즘은 주변을 둘러보면 아들은 장가보내 애가 생기면 처가에서 보살펴 주고 딸을 시집보내면 자기 집에서 애를 돌봐주는 것이 대세인 모양입니다. 그러니 아들만 둘이면 장가보내놓으면 아주 홀가분하게 생활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러면 딸만 있는 집은요? 글쎄요.

우리는 아들네는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애를 돌봐줘야 하는데 처갓집에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우리가 돌봐주고 딸아이는 전업주부라 애를 키우고 있습니다. 딸네는 사위가 외국으로 발령 나는 바람에 근 5년을 외국에서 살다가 이제 귀국해서 부산에 자리를 잡았지요. 그러니 외손주와 2주씩이나 같이 지내는 것은 처음일 수밖에요.

점심 식사를 하는데 외손주가 지 엄마한테 뭐라고 소곤거립니다. 그러더니 딸아이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어댑니다. 뭐라고 하냐니까 애가 친할머니하고 외할머니하고 잘 아는 사이냐고 묻더랍니다. 그러니까 사돈끼리 이렇게 모이는 것을 그 애는 처음 보는 것이지요. 처음 딸아이 결혼해서는 서울에 살고 있었고 시댁도 서울에 있어서 그래도 자주 만났었지만 그땐 외손주가 너무 어려서 기억이 없을 테고 이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모처럼 사돈끼리 만나는 자리에 있고 보니 그 애는 서로 처음 보는 사이로 알고 있는데 이야기를 잘 나누는 것이 이상해 보였든 모양입니다. 그래서 네 엄마의 엄마는 외할머니고 니 아빠의 엄마는 친할머니고 그리고 엄마와 아빠가 결혼했으니 네가 있는 것 아니냐? 그러니 친할머니하고 외할머니가 서로 잘 아는 사이 지하고 설명해주니 알겠다고는 하면서도 얼굴 표정은 그래도 이해가 덜 된 듯했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웃으면서 모처럼의 식사가 즐거웠답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요. 아이들은 하나일 때와 둘일 때가 틀립니다. 혼자일 때는 말도 잘 듣고 조용히 잘 놀다가도 둘만 되면 금방 틀려지더군요. 말도 안 듣고 떠둘고 뛰고 장난감들을 집어던지는 등 시끄러워지더군요. 그런대 이제 친손주 혼자이니 아마 다시 조용해질 것 같습니다. 그 대신 좀 심심해지기는 하겠지요?


손주 애들이 방학을 해서 우리는 더 바빠졌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한 일이지.

부산에서까지 방학 특강을 듣기 위해서 서울에 올라왔으니 집이 갑자기 북적대니까 사는 집처럼 느껴지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한동안은 바쁘게 생겼더군. 제일 힘들고 고생하는 사람은 당신인대 그래도 연신 무어가 그리 좋은지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는 모습을 보면 한편 고맙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해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

그런대 아직 초등학생들을 이렇게 학원이다 특강이다 뭐다 하면서 쉴 시간도 없이 몰아치는 것은 좀 심한 거 같지 않아?

친 손주야말로 이건  방학을 하면 애가 더 바쁘게 이 학원 저 학원 다니는 모습을 보면 뭐 이거 고등학교 학생인가 할 정도란 말이지. 물론 지 부모가 맞벌이하다 보니 애가 집에서 있으면 할머니인 당신이 더 힘들까 봐 학원으로 돌리는 건 이해가 가지만 그래도 특강까지 신청을 해서 애가 잠시도 쉬지 못하고 뛰어다닌 걸 보면 옆에서 보기에 측은하단 말이지. 더구나 외손주 아이까지 뭔 방학 특강이라고 해서 부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와서 2주 동안이나 공부하게 만드는 데는 참 어이가 없기도 해.

나는 옆에 있다가 방학 전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 픽업해주느라고  운전을 했었는데 덩달아 바빠져서 방학 동안에는 매일을 픽업해 주기 위해서 운전을 해야 하니 나도 사실 힘들어졌다는 것이지.

어차피 교육 문제는 당신이 학교 선생을 한 경험을 살려서 열심히 잘 이끌고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과연 한참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을 이렇게 몰아쳐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전에 초등학교 애들을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내 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남의 이야기로 먼 산 바라보듯 했는데 막상 내가 그런 상황이 되고 보니 할 말을 잃었다고나 할까.

교육은 자연을 벗 삼아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는 루소의 에밀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또 그렇게 키울 수도 없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조금은 좀 아이들답게 아이들을 위한 그리고 아이들 그 자체로서 자랄도 록 하는 교육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오늘이었지.

그런데 친손주 외손주 두 아이가 함께 어울려 지내는 요즘 확실히 다른 행동거지를 보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더군. 두 아이가 생년월일로 볼 때는 일 년 반 정도 차이가 나지만 좀 더 큰 친손주 녀석은 2학년으로서 확실히 점잖고 동생을 다독거릴 줄 아는 여유가 있어 보이고 외국에서 5년을 지내다 온 외손주 녀석은 한국에서 일학년으로 편입해서는 환경 적응과 영어권에서 생활한 터라 한국어가 말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쓰기에 곤란을 겪을까 걱정했었는데 빠른 시간 만에 습득하는 것을 보고 대견스러웠는데 행동도 아주 밝고 춤도 잘 추고 말도 잘하면서 잘 어울리는 것이 친손주 녀석 하나만 보다가 둘을 같이 보니 재미가 더 하더군. 당신이 그래서 그렇게 미소가 입에서 떠나지 않는 거 아닐까?

시쳇말로 손주 아이들은 오면 반갑고 귀엽고 즐겁지만 좀 지나면 언제 가나 빨리 안 가나 한다는데 글쎄 이제 며칠 지나면 그런 생각이 들까? 아직은 좋기만 한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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