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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2010. 3. 8. 00:02 | Posted by 랑세

지리산 둘레 길을 걸었다.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제주 올레 길을 걸은 지 한 달도 안돼서였다

길 위에 서다

어디선가 읽은 책 제목이었나?

길 위에서 생각하고 걷고 만나고 헤어지고를 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이번 둘레길은 욕심이 앞선

결과적으로 무모한 여행이었다.

10여년 전에 지리산 반야봉에서 천왕봉까지

종주를 2 3일간에 다녀올 때

무척 고생을 한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또 지리산에서 고생을 했다.

길은 길인데 만만한 길이 아니었으니......

 

할 일 없이 빈집을 지키고 있으려니

이건 아니지 한번 박차고 집을 떠나 볼까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출발한 여정이었다.

원래는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성격인대다

무턱대고 나다니는 스타일이 아닌대

혼자서 훌쩍떠나는 여행에

무슨 계획이 필요하랴 하는 마음으로의 출발이었다.

 

대충 인터넷에서 둘레길에 대한 정보와 숙박등등에 대한 자료들을 수첩에 메모만하고

고속버스에 올라타서야

아 내가 여행을 출발했구나 하는 실감을 한다.

언제나 여행을 기간이 짧든 길든 또는 국내든 국외든

약간의 기대감과 긴장감이 있어 좋다.

 

인월버스터미널에 도착한 때는 5시경.

우선 지리산길 안내 센터를 찾았다.

인월면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조그마한 약도 한장으로 센터를 찾기에는 역부족.

지리산길 안내 쎈터 입구

지나가는 분들에게 물어보았지만 몇 사람 지나서야

한 분이 자세하게 알려주셔서 찾아갔지만

이미 퇴근 시간이 지난 6시경에나 도착했다.

당연히 인월에서는 어느 누구에 물어도 알수 있으리라 생각한 내 잘못도 있지만

생각보다는 둘레길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은듯

센터조차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좀 실망을 했다.

둘레길을 걷는다는 건 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으로

나 물질적으로

도움을 줄만한 관광 상품이 아닌 모양이다.

다만 지나가는 객()일 뿐이니 그런 모양이다.

 

우선 숙소를 정해야지?

미리 연락처를 알아온 민박집이 있어

전화를 하니 예약을 하지 않으면 난방이 되어있지 않아 곤란하다는 말과 함께

요즘은 여관들도 깨끗하니 센터 근처 여관에 투숙하는 것이 나을꺼란다.

예약을 하지않은 내 잘못.

그러나 친철한 답변.

그나마 위안을 삼고 가까운 여관을 정했다.

그렇다. 때는 11월 말경(24일이었음).

제법 날씨가 싸늘했다.

그러니 난방은 필수이고 그러니 꼭 예약을 해야겠지?

여행을 다니다 보면 제일 중요한 문제가 숙소요 음식이다.

지리산으로 둘러 쌓인 시골 산동네.

남원에서 멀지 않아 그런 선입견 때문인지

터미널에 내려서는 순간 추어탕에 넣는 싼초의 향내가 나는 듯하더니

시내를 걷다 보니 계속 그 냄새가 나를 좆아다니는 듯했다.

그리고 10여년전 땅끝 마을에서 수원까지 종군을 할 때 이용해본

여관도 그때나 변함없이 좀 덜 깨끗했고 잠자리 걱정도 여전했다.

그렇게 도착한 둘레길 여정 첫날을 보냈다.

 

이번 둘레길 코스는 인월에서 금계까지 19.3km 구간이다.

하루 코스로는 좀 어려웠다.

얼마전 제주 올레길은 15.1km였는데.

 

인월 출발지

아침을 별로 먹을만한 식당을 찾기도 어렵고

 평소에도 꼭 아침에 밥을 먹어야 하는 습관도 아니고 해서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컵라면으로 때우소

점심으로 삼각 김밥을 몇 조각,우유 1팩 그리고 귤 몇 개등을 준비하고

둘레길 걷기를 출발했다.

아침을 역시 쌀쌀했다.

인월에서 출발하는 몇 팀들이 입구에서 서성이는 것을 지나치면서

목례로 인사를 건넨다.

여행길에서의 만남은 우연이고 가볍다.

처음 몇 키로는 평지였지만 한 3-4키로를 지나 중군 마을을 지나면서는

본격적으로 산길로 접어든다.

산속의 둘레길

하루에 이 코스를 완주하고 끝 지점인 금계에서 마천으로 가서 서울로 고속버스를 타고 돌아온다는 계획에 맞추려면 좀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쉬지 않고 걸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버 페이스(over pace)였다.

중군 마을에서 장항마을 사이는 깊은 산속에다 계곡도 깊었다.

중군마을 담장

그 계곡에 9 20분쯤 도착했을 때 한 아주머니가 산속에서 차양을 걸어놓고

커피나 간단한 음료 즉 막걸리 등을 파는지 한참 장사 준비중이었다.

산속 계곡의 휴게소

산속 휴게소


어디서 오는 길이예요?

인월에서요.

몇시에 출발하셨는데요?

8시쯤요.

아니 날아서 오셨나 벌써 여길 오시다니.

인스턴트 커피를 한잔 마시고 나서 출발하려니까 또 묻는다.

오시는 길에 다른 사람들은 못 보셨어요?

궁금한건 손님들이 오겠느냐하는 것이렸다.

둘레길 중간 중간 길 안내표시

3팀을 내가 앞질러 왔으니까 아마 그사람들 금방 올꺼예요

많이 파시라는 말을 남겨 놓고 출발.

장항 마을을 지나 장항교를 지나 매동마을에 접근할 때

장항마을 입구 소나무

장항교 근처의 공예점

멀리 지리산이 보이는대 천왕봉이 어디쯤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

잠깐 쉬면서 두리번 거리는대

웬 젊은 사람이 걸어오길래

동네 사람이려니하고

천왕봉이 어느쪽인가? 했더니

이사람도 한참을 두리번 거리더니 한쪽을 가리킨다.

마을 사람인줄 알았더니 그사람도 역시 둘레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대 왠일 서로 인사(완식이라고 자기 소개를 한다.)를 나누고 보니

나이가 한참 젊어보였는대 50초반이란다.

참 나원 한 30대나 40대 초반으로 보였는대 50이 넘었다니.

우연히 만나 동행한 장00

그래서 동행이 생겼는대

그 사람은 아주 날아다니는 듯해 보였다.

나는 초반에 좀 오버를 해서 점점 걸음 걸이가 늦어지고

자꾸 쉴 수 밖에 없는대..

공연히 그는 나 때문에 늦을 수 밖에.

그런대 놀라운 사실은 쉬면서 띠엄띠엄 들은 얘기였다.

그는 벌써 근 한달 이상을 이곳 저곳을 배낭하나 짊어지고

기약없이 걷고 있다는 것이었다.

둘레길 중간 중간에 휴게소들이 있었지만 평일이라 거의 문들 닫고 있어어요.

그는 중간에 어느 암자가 있는 곳을 지날때는

나보고 앞서 가고 있으면 저 위에 있는 암자를 다녀서 쫒아가겠노라고.

아무리 내가 지쳤기로서니 설마 저 산속에 있는 암자를 다녀서 나를 쫒아오겠다고?

그러나 결론은 1시경쯤 등구재를 넘어서자 마자 길옆에 쉼장소에서

점심으로 준비한 김밥을 먹고있는대 그가 나타 났다.

정말 날아다니는 사나이였다.

등구재가기 전의 산등성이에 짓고 있는 집들

등구재를 바라보고 약 30분 정도는 정말 기다시피하면서 넘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금계마을에 적어도 3시 30 정도에 도착해야

거기서 마천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 고속버스 시간에 댈 수 있는데

너무 지쳐버려 등구재를 넘어서 금계까지는 내리막길(물론 간혹 오르락내리락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인대도 거의 1시간 30분 정도나 걸렸고 그것도 그 사람이 없었으면 아마 그날 서울로 오는 버스는 놓치고 말았지 않았나 싶다.

등구재 넘기전의 주변 층계논 사진보다 실재는 참 아름다운 풍경이었지요.

거의 금계마을로 하산 직전에 만나 산속의 고양이 굶주렸는지 발밑으로 와서 부벼대더니 깁밥을 주니까 열심히 먹고 있다.

 

둘레길 주변의 지리산 풍경들

그는 다시 걷는 여정을 계속할 것이고해서

마천에서 혼자 고속버스에 올라탔다.

우연한 그리고 가벼운 만남인대도 그곳에서의 헤어짐은 역시 쓸쓸했다.

나는 연락처를 그에게 주었지만 그는 자기가 연락하겠노라고만 하고는 연락처를 주지않았고 벌써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락은 없어 그 후 그의 걷기는 어떠했을까 궁금할 뿐이다.

고속버스를 타고 올라오면서

아니 왜 이런 고생을 사서하는가 하는 의문과 함께 여러 상념이 떠오른다.

편한 생활을 위한 인간의 욕구는 끝이 없지않은가?

인류의 역사는 문명의 발달에 있었으며
문명의 발달은 편한 생활의 발달이라고 할 수 있지않는가?
편한 생활의 염원이 오솔길이 큰 길로 되었을 터이고
그리고 생활 발전에 따라서 신작로(新作路)란 대로가 생겼고
고속도로를 만들어서 대량 교통 수단을 이루어 전국이 1일 생활권이라고 으시대며
경제 발전을 이루웠노라고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룬 업적을 자랑하고
서민들은 박수를 치면서 응대를 해 댔었다.
그런대 이제는 삶의 여유가 있으니까
그 넓은 길을 벗어나서 올레길이니 둘레길이니 찾아나선다.
그렇다 사람이 향을 떠나 살다보면 언젠가는 다시 고향을 찾게되는 것처럼
이제 사람들은 빠르고 편하게 고속도로를 다녔지만
직선으로 뻗은 도로에서 자신을 잃어버렸음을 느끼고
한적하고 조용한 고향 같은 올레길 둘레길을 찾아 나서는가 보다.
잠깐의 만남도 있었고 무모한 여행에 지치고 고단한 몸으로 다시 서울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상쾌하고 깊은 산속 둘레길 처럼 꾸불 꾸불 모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며 잠깐 눈을 붙인 사이에 서울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아주 오랫 동안 떨어져 있었던 것 처럼 아내와 함께 저녁겸 술한잔을
기울이면서 둘레길을 안주 삼아 얘기 꽃을 피웠다.
참고로 둘레길 팜프렛을 올립니다. 많이들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팜플렛이 커서 두장씩으로 나눴어요. 지리산길1,2번을 지리산길3,4번을 인쇄해서 붙이시면 되요.>


지리산길1


지리산길2







지리산길3

지리산길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