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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세상 사는 이야기, 세상 사 모두가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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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내면의 고요

2019. 1. 21. 22:52 | Posted by 랑세

사교성이 좋으면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즐겁게 지낼 수 있습니다. 사교성은 어쩌면 타고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려서부터 남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같이 있어도 늘 혼자 외떨어져서 지냈습니다. 자연 사람들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고 모임이 있어도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참석을 피하곤 했었습니다. 가장 어려웠을 때가 직장 생활하면서 그런 속내를 밝힐 수 없어서 여간 힘든 게 아니었지요. 겉으로는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없는 듯 행동하고 어울려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퇴직을 한 후 가장 좋은 점은 내가 가기 싫은 자리에는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싫은 사람은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지요.

사교성이 좋은 사람들은 남들과 어울려 떠들고 웃고 혹은 장난도 치면서 잘들 지내지만 그런 모임 후 혼자가 되었을 때도 그 즐거웠던 분위기가 이어지던가요?

머리는 온갖 것들을 만들어 냅니다. 고통, 불안, 슬픔, 즐거움, 괴로움, 피곤함, 거부감 등등을 말이죠. 하지만 머리에서 만들어 내는 것들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슬펐다가도 즐거운 일이 생기면 언제 슬폈느냐는 식으로 바뀝니다. 피곤하다가도 맛이 있는 음식이 생기면 생기가 도는 식이지요.

머리가 만들어내는 것이 일시적이라면 가슴속 깊은 곳에 있는 고요는 넓고 깊고 무궁합니다. 머리에서 만들어내는 모든 것들을 가슴속 깊은 내면의 고요 속을 지나가게 하면 마음이 평안해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면의 고요함은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고 모든 어려움을 집어넣어도 넘치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 고요 속에 모든 것들을 집어넣었다가 꺼내도 절대 고요는 사라지지도 닳아없어지지도 않습니다.

이제 머리로 만들어 내든 모든 것들을 마음의 고요 속에 넣어놓아야겠습니다. 그리고는 하나하나 꺼내서 일상생활을 평온하고 조용한 상태가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글을 쓰려면 생각을 정리해야 하고 정리된 생각을 순서대로 나열해야 한다고 합니다.. 생각이 없다면 어떻게 글을 쓸 수 있을까요? 무언가를 생각한다면 그 생각의 꼬투리를 잡고 생각에 생각을 이어나가야 한답니다. 한 생각에서 다음 생각으로 이어지고 그 생각에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여 나가야 한다는군요. 그것이 글쓰기의 가장 기본이라고 하네요.

연암의 열하일기를 읽다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글 자체가 생각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긴 글을 한참 전에 나눈 이야기를 기초로 해서 쓴 글이기 때문이지요. 중국에 가는 사신을 따라 아무 관직도 없이 관광을 목적으로 갔다가 여기저기 많은 현지인들을 만나고 이야기 한 것들을 쓴 글들인데 그 이야기나 생각을 요즘처럼 컴퓨터가 있었을 리 만무하고 필기구가 연필이나 볼펜 같은 것도 아니고 편리하지도 않은 붓과 벼루에다 요즘 같은 노트가 아닌 종이를 들고 다니면서 필담을 나누거나 혹은 기억했다가 나중에 정리해서 쓴 글이니 더욱 놀랍더군요.

연암은 많은 글을 읽었을 것이고 머릿속에 기억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여행 당시에 간단하게 글을 써 놓았다가 나중에 기억 속에서 끄집어 냈음이 분명한 글들인데 수많은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들과 주변 경치와 건물들에 대한 것들 하다못해 이색 풍물들에 대해서 세세한 부분들을 어떻게 기억할 수 있는지 그 기억력에 또 한 번 놀랄  뿐입니다.

열하일기를 읽으면서 더욱 놀라운 것은 연암의 묘사력입니다. 중국의 술집 문화를 보면서 기술한 부분을 보면 ‘술집 누각의 아래위는 40여 칸으로 난간을 아로새기고 그림 같은 기둥에다가 울긋불긋 휘황찬란하고, 분칠을 한 벽과 비단을 바른 창문이 묘연히 마치 신선이 사는 집 같다. 좌우에는 고금의 이름난 그림과 명가의 글씨 들을 많이 걸어 놓았고, 또 술자리의 아름다운 시들이 많이 있었다.’라고 하면서 그런 집에서 노니는 사람들에 대해서 대궐에서 공무를 보고 퇴궐하면서 고관 대작들이 들러서 술 한 잔 나누고 시와 그림을 서로 나누고 가무도 즐기는 그런 문화였음을 엿보고는 그처럼 풍류가 있는 정경을 부러워하면서 조선의 술 먹는 문화에 대해서도 썼는데 조선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을 마셔도 풍류보다는 잔을 큰 대접에다 따라서 입에 부어대는데 취하도록 마신다. 취하고 나면 꼭 시비가 붙고 시비가 붙으면 때려 부수고 싸움박질을 해대니 거기에 무슨 풍류가 깃들겠는가? 하고 자문을 하고 있더군요.

열하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깊이가 있고 당시의 문물과 규율과 사회 풍습 등 많은 부분에서 옛 것을 느낄 수 있어서 2백여 년 전의 글인데도 현실감과 박진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래서 고전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아직 다 읽지 못해서 계속 읽으면서 그때그때 느낌을 다시 쓰겠습니다.


[19信] 아이들 돌봐주기

2019. 1. 19. 21:32 | Posted by 랑세

지난 2주 동안 친손주 외손주 뒷바라지하느라고 차로 열심히 실어 날랐습니다. 겨울 방학 동안 문화원에서 어린이를 위한 특강에 참여하기 위해 외손주는 부산에서 올라왔습니다. 친손주는 몇 년 전부터 돌봐주기 위해서 아파트를 같은 동으로 우리가 이사를 왔기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올라오고 내려가고 하면 되지만 외손주는 2주 동안을 같이 지내야 했습니다. 딸이 결혼하고 2주일씩 지내기는 처음이었지요.

집안이 시끌벅적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1학년 두 사내아이들은 만나기만 하면 뛰는데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집사람은 음식을 장만해서 먹이기까지 하느라고 이리저리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겠지요. 옆에서 보기에 안쓰러웠지만 그래도 입가엔 웃음이 끊이지 않아서 다행이었지요.

그런대 이제 2주가 훌쩍 지나가고 끝났습니다. 홀가분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적적하기도 하군요. 갑자기 집안이 절간이 된 것처럼 조용합니다.

특강이 끝나고 외손주는 이제 부산으로 다시 가야 합니다. 그동안 외손주와 딸이 집에 와있으므로 해서 고생하게 해서 죄송하고 고맙다고 딸네 시댁에서 점심을 같이 하자고 하시더군요. 뭔 고생이냐고 당연한 일인데 일부러 그러실 필요는 없다고 해도 한사코 올라오시겠다고 하시더군요. 사돈 네는 서울 근교에 살고 있어서 아무래도 먼 걸음 하시는 건데도 굳이 오시겠다고 해서 같이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요즘은 주변을 둘러보면 아들은 장가보내 애가 생기면 처가에서 보살펴 주고 딸을 시집보내면 자기 집에서 애를 돌봐주는 것이 대세인 모양입니다. 그러니 아들만 둘이면 장가보내놓으면 아주 홀가분하게 생활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러면 딸만 있는 집은요? 글쎄요.

우리는 아들네는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애를 돌봐줘야 하는데 처갓집에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우리가 돌봐주고 딸아이는 전업주부라 애를 키우고 있습니다. 딸네는 사위가 외국으로 발령 나는 바람에 근 5년을 외국에서 살다가 이제 귀국해서 부산에 자리를 잡았지요. 그러니 외손주와 2주씩이나 같이 지내는 것은 처음일 수밖에요.

점심 식사를 하는데 외손주가 지 엄마한테 뭐라고 소곤거립니다. 그러더니 딸아이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어댑니다. 뭐라고 하냐니까 애가 친할머니하고 외할머니하고 잘 아는 사이냐고 묻더랍니다. 그러니까 사돈끼리 이렇게 모이는 것을 그 애는 처음 보는 것이지요. 처음 딸아이 결혼해서는 서울에 살고 있었고 시댁도 서울에 있어서 그래도 자주 만났었지만 그땐 외손주가 너무 어려서 기억이 없을 테고 이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모처럼 사돈끼리 만나는 자리에 있고 보니 그 애는 서로 처음 보는 사이로 알고 있는데 이야기를 잘 나누는 것이 이상해 보였든 모양입니다. 그래서 네 엄마의 엄마는 외할머니고 니 아빠의 엄마는 친할머니고 그리고 엄마와 아빠가 결혼했으니 네가 있는 것 아니냐? 그러니 친할머니하고 외할머니가 서로 잘 아는 사이 지하고 설명해주니 알겠다고는 하면서도 얼굴 표정은 그래도 이해가 덜 된 듯했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웃으면서 모처럼의 식사가 즐거웠답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요. 아이들은 하나일 때와 둘일 때가 틀립니다. 혼자일 때는 말도 잘 듣고 조용히 잘 놀다가도 둘만 되면 금방 틀려지더군요. 말도 안 듣고 떠둘고 뛰고 장난감들을 집어던지는 등 시끄러워지더군요. 그런대 이제 친손주 혼자이니 아마 다시 조용해질 것 같습니다. 그 대신 좀 심심해지기는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