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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잔 브람 명상론1] 썩은 사과

2019. 11. 24. 22:20 | Posted by 랑세

*

고통을 주시하는 것은

참된 수행의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고통을 다스리려 하지 않고

그 원인을 탐구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은 수행에서 중요한 대목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고통을 겪을 때

그것으로부터 달아나려 하거나

다른 것으로 바꾸려 하는

실수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

사람들은 기계가 고장 났다고 기계를 나무란다.

기계는 본래 고장 나는 것이 정상이다.

세상사는 뜻한 대로 흘러가지 않고

그 때문에 우리는 괴로워한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바꿔

세상과 싸우는 짓을 그쳐야 한다.

*

우리가 세상과 싸우기를 그치고

고통을 이해하기 시작할 때

우리 내면에서는 또 다른 반응이 일어난다.

닙비다. 곧 염오(厭惡;역겨움)라는 반응이.

염오는 몸과 마음과 세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서 저절로 우러나온다.

*

당신이 불법의 본질을 이해했다고 하자.

당신이 절을 세우거나

가정을 갖는 일의 본질을,

하나의 집단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일의 본질을

이해했닥 하자.

당신은 그런 것들이

자기 뜻대로 굴러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것을 알고 있다.

당신은 지혜로운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로부터 도피하려 들거나

문제들을 다른 것들로 바꾸려는 짓을 그친다.

*

당신은 문제들이 윤회라는 구조 속에

본래부터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붓다로 하여금 첫 가르침인

<초전법류경>을 펴게 한

위대한 통찰이 바로 이것이다.

*

고통이 윤회의 구조 속에 본래부터

내제되어 있다는 사실을 통찰할 때

당신의 반응은 변한다.

그것은 당신이 썩은 사과를 받고 나서

썩지 않은 부분을 먹기 위해

썩은 부분을 도려내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당신이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사과 전체가 썩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럴 때 당신에게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반응은 염오다.

*

사과 전체에 대한 거부감이나 혐오감이나

그것을 외면하거나

그냥 내던져버리는 식의 반응이 염오다.

자신이 사과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 내려놓을 수 있다.

*

우리는 고통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고통과 불만이 절대적인 것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고통과 불만을

우리 마음대로 다스릴 수 없으며

적당히 가려내 바로잡을 수도 없다.

이런 점을 깊이 관찰해 이해할 때

그것은 수행하고자 하는

계기나 동기가 될 수 있다.

*

붓다는

사람들이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보고

깊은 충격을 받아

고통의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붓다는

자신도 역시 늙고 병들어 죽을 것이며

그런 현실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통찰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붓다는

그런 문제들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

늘고 병들고 죽는 문제는

우리가 본래 타고난 것들이다.

앞으로 우리에게는

그런 일들이 닥쳐올 것이다.

그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는 늙고 병들고 죽을 것이다.

그런 현실은 누구도 어찌할 수 없다.

우리 삶, 우리 몸,

그리고 이 세상의 다른 모든 사물은

하나같이 다

이 엄연한 사실과 직면하고 있다.

*

이 세상 모든 것은

늙거나 낡고 무너지고 죽는다.

모든 것은 나빠지거나 망가진다.

붓다는 지혜로운 이였기에

자신이 온잦 영적인 능력을 키우고

덕성을 쌓았는데도

결국은 그런 고통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뭔가 다른 응답이 필요했다.

고통을 철저히 이해하는 것이.

 

[아잔 브람 명상론1] 큰 그림

2019. 11. 23. 17:19 | Posted by 랑세

*

당신이 절에 살든, 도시에 살든,

혹은 가로수가 늘어 있는 조용한 거리에 살든,

다른 어디에 살든

때로 문제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삶이라는 게 본래 그렇다.

 

*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 의사 선생님

제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병이 났습니다."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차라리

" 제게 정상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늘 병이 났습니다."

라고 말해야 한다.

사람의 몸은 때로 병이 나는 게 정상이다.

우리 몸의 정화시스템은

우리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부패한 것들을 밖으로 퍼내는 것이 정상이다.

온수기도 가끔 한 번씩 고장 나는 것이

정상이다.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것이 삶의 속성이다.

 

*

우리는

삶이 우리 자신이나 다른 이들을 위해

매끄럽게 흘러가게 하려고

무진 애를 쓰지만

실제로 그렇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괴로움이나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고통이라는 말이 지닌

깊은 속뜻을 늘 명심하라.

고통은

세상이 결코 당신에게 줄 수 없는 것을

달라고 요구하는 데서 온다는 것을.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절대로 받을 수 없는 것을

받을 것이라 기대하고 요구한다.

 

*

우리는

완벽한 가정, 완벽한 일자리를 요구한다.

우리는 자신이 세우려 하거나

마련하려 애쓴 모든 것이

알맞은 시간과 장소에서

완벽하게 굴러가기를 바란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은

결코 주어질 수 없는 것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의

깊은 명상과 깨달음을 바란다.

하지만 이 우주는 그런 식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당신이 세상이 줄 수 없는 것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

고통을 자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

일을 할 때든 명상을 할 때든

가끔 일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할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어야 한다.

세상이 당신에게 줄 수 없는 것을

달라고 하지 말고

그대로 관찰하라.

 

*

이 세상을 자기 마음에 들게 만들기 위해

다그치거나 밀어붙이려 하지 말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놓아버려라.

자신의 몸과 마음과 가족과 세상과 싸울수록

부수적인 여러 가지 문제만 자꾸 불러일으켜

당신은 더 많은 괴로움을 겪게 된다.

 

*

이따금 우리가 나날의 삶에서 뒤로 물러나

그것을 깊이 이해할 때

우리는 큰 그림을 본다.

우리가 속한 절에, 우리 자신에게, 우리 삶에

잘못된 것이나 좋지 않은 게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좋지 않게 흘러가는 것이 바로

세상의 속성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붓다가 말한 고통이

첫 번째 성스러운 진리가

뜻하는 바는 이것이다.

 

*

당신은

자신의 삶이

제대로 굴러가게 하기 위해,

가정과 몸과 마음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

일하고 싸운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은

결국 뜻대로 되지 않거나 어그러진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면

이 책을 읽지 말라.

이 책은 당신을 노바디(실체가 없는 사람)로,

무아(無我)로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쓰지 않았다.

이 책은 녹음된 내용을 글로 정리한 것인데다

편집 과정에서 심한 농담은 모조리 걷어냈다.

아무튼 나는 심한 농담은 하지 않았다.

주제넘게도 나라고 주장하는

오온(五蘊,인간을 구성하는 정신과 물질의 다섯 요소)

그런 짓을 했다.

나는 완벽한 알리바이를 갖고 있다.

내 자아는 범죄현장에 있지 않았다.

이 책은

당신이 깨닫기 위해 할 일들을

말해주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알아차림, 열락, 초월의 경지

같은 것에 관한 지침서가 아니다.

그런 것들에 관한 내용도

역시 아잔 브람이라고 사칭하는

그 성가신 오온이 썼다.

가르침을 따르는 짓은

당신의 자아를 더 강화시켜줄 뿐이다.

이 책은 사라짐이 일어나는

방법을 서술하고 있다.

사라지는 것은 외면만이 아니다.

당신이 당신이라고 여기는 모든 내면도

역시 사라진다.

사라지는 것은 아주 즐겁기 때문에

대단한 열락이다.

수행의 참된 목적은

당신이 친구들에게 자랑할 만한

근사한 어떤 것을 얻고자 하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놓아버리면,

참으로 내려놓으면,

그것은 사라진다.

우리는 그것을 잃는다.

제대로 명상하는 데 성공하는 사람들은

잃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집착을 잃어버린다.

깨달은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잃는다.

그들은 진정 최고의 루저들이다.

당신이 이 책을 읽고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면,

최소한 머리털 정도는

모조리 잃어버릴 것이다.

다른 노바디들의 친절한 도움에 감사드린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 이야기들을

글로 옮겨준 론 스토리

내용을 편집해준 아잔 브라말리

이 책을 발간해준

위스덤퍼블리케이션즈 출판사의

모든 빈 존재에게

여러분도 부디 다 잃으셔서

빈 존재가 되시길.

아잔 브람이 아닌 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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